여든 다섯 살 할머니지만 외출 준비를 하며 거울 앞에 섰다. 머리도 만지고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노란 스카프를 목에 둘러 맵시를 마무리 했다. 오목조목 예쁘던 그 여자아이는 어디로 가고 인자한 할머니가 거울 앞에 섰다. 고운 눈웃음에 세월의 연륜이 담겼다.상주 화북, 보은 산외, 안내 방하목 내가 살면서 지나온 기억의 자리들이다. 경북에서 나고 자라 14살에 부모님 따라 보은으로 터전을 옮겨왔다. 10대를 보은에서 보내고 21살에 결혼을 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갈래 길을 만났다. 상주 보은 안내 한 시간 남짓 거리에서 내 인생 85년의
쿵짝쿵짝. 신나게 흐르는 음악에 맞춰 모델들이 무대를 나선다. 가슴과 어깨는 쫙 펴고 목과 등은 빳빳하게 세운 걸음에서 당당함이 풍겨 나온다. 새하얀 머리와 새까만 검정 양복은 멋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주름이 깊게 파인 미소에선 자신감이 가득하다.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 내가 가장 멋져!’ 평균 60대 시니어모델들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지난 4일 대전 BMK웨딩홀에서 대덕대학교 평생교육원 및 제1회 대덕대시니어모델 패션쇼 추진위원회 주관 대덕대학교 주최 ‘제1회 대덕대학교 시니어모델 패션쇼’가 열렸다. 이날 패션쇼에
[편집자주] “안녕하세요.” 오은영 학생이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제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말꼬리를 흐리는 은영 학생 얼굴에 수줍음이 가득 차올랐다. 부끄러움이 많은 학생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화가 깊어지면서 조근조근 꿈을 말하는 은영 학생에게 빠져들었다. 조용함 속에 당참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은영 학생과 인터뷰가 끝난 뒤, 충북산과고 송영란 교사(수학 담당)는 “옥천이란 사회는 은영이를 담기에 너무 좁아요. 더 큰 세계가 필요한 아이에요. 소극적인 것 같으면서도 모든 일에 서슴없이 도전해요. 얼마 전에는 개그맨
처음에는 ‘엔젤봉사단’이란 이름이 귀엽기도, 한편으로는 조금 유치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회원들과 대화를 나눌수록 탁월한 작명 센스였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기도 하며, 정말로 천사 같은 사람들이었으니. 10일 옥천지체장애인협회 육동일(72. 청성면 대안리) 회장, 엔젤봉사단 총무인 서명옥(64, 읍 서정리) 부회장, 천성순(73, 읍 신기리) 회원을 만날 수 있었다(봉사단장인 이종환 회원은 개인사정으로 만날 수 없었지만 전화를 통해 엔젤봉사단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서 그들은 대
고리산 줄기, 감로리 건너편 새롭게 조성된 군북면 증약리 전원주택단지에 활기가 돋기 시작했다. 사회성 짙은 만화를 줄곧 그리며 명성을 얻은 만화가 탁영호 화백이 둥지를 튼데 이어 그의 후배인 한의사 최정식씨가 바로 인근에 도깨비 한의원을 차렸다. 둘은 과거 80년대 치열한 학내 민주화 운동을 통해 다져진 인연으로 오랫동안 교유해 온 관계이다. 탁영호 화백의 권유로 인연이 없던 옥천에 단박에 이사 온 최정식 한의사는 읍내도 아니고 면 소재지도 아닌 외진 주택단지에 한의원을 개업해 눈길을 끌었다. 탁영호 화백이 소리 소문 없이 잔잔하게
빼~앵! 출동 신호가 떨어졌다. 의자를 박차고 옥천소방서를 나서는 소방대원들 틈 속에서 갈색 단발머리의 박나은 지방소방교가 가장 먼저 차고로 뛰어나갔다. 빨간 소방지휘차 운전석에 후다닥 앉아 순식간에 시동을 건 박 소방교는 시계를 흘끗 보곤 교통상황을 파악하고 머릿속으로 최단거리를 그려냈다. 그가 발로 액셀을 꾹 누르고 소방서를 나서자 그 뒤로 펌프소방차, 고가사다리차 등 대형 소방차들이 줄줄이 뒤를 따랐다. 옥천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박나은 지방소방교(29, 옥천읍 마암리)가 옥천소방서 역사 이래 첫 여성 소방지휘차 담당으로 임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 '게욱'은 베트남에서 많이 재배되는 아열대성 작물로 리코펜과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해 '천상의 과일'이라는 별칭이 붙는다. 베트남은 주로 결혼식이나 새해 등 특별한 날 게욱을 넣어 붉은 찹쌀밥을 해 먹는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격이 일반 과일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중요한 기념일이 아니면 만나보기 어렵다.용과, 패션프루트 등 일반 열대 작물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것과 달리 게욱은 베트남 과일 중에서도 고급 과육에 속하기 때문에 더 생소하다. 그런데 이 게욱을 권태현(65)·채희주(62) 부부가 옥천에서는 유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 1992년 국제기계에 입사한 강점수(60, 옥천읍 양수리)씨는 벌써 만 28년째 기계수리 업무를 맡고 있는 베테랑 기술자인 동시에 14년간 복숭아 농사를 지어온 농사꾼이기도 하다. 평일에는 국제기계 사원으로, 주말에는 800평 남짓한 복숭아밭을 돌보는 농부로. 24시간이 모자라다는 말은 그를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처음 강점수씨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건 옥천농협 농산물가공사업소 직원들로부터였다. '공판장에 나오는 강점수씨네 복숭아는 품질이 좋기로 유명해요. 더 특이한 건 이분이 국제기계에서 일하면서 복숭아
편집자주_ 본래 자기 나이보다 더 빨리 나이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 일적으로 프로페셔널하다는 말이 아니다. 내 것을 챙기기보다 타인에게 주는 게 익숙하고 내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을 챙기는 게 익숙하다는 이야기다.스물여섯 영헌(청주시,충북도립대 기계자동차과)씨, 영헌씨 이야기를 듣다보면 '스물여섯이 맞나' 싶다. 개인적인 부분이지만, 많은 것을 책임져야 하는 때가 다른 사람보다 일찍 찾아왔다. 집안 형편이 썩 좋지 않았고 두 살 터울로 누나 한 명 여동생이 한 명 있었다.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내가 가장이지', '내가 더 잘 해야지
10월6일, 읍내 40대 남성이 6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죠. 당시 피해자가 죽음의 공포를 느낄 정도로 가혹한 폭행이 계속됐지만, 다행히 6명의 청년이 피해자를 보호해 생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8일 군은 위험을 무릅쓰고 피해자를 지킨 6명의 청년들에게 용감한 군민 표창을 전달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이용민(20, 옥천읍 삼양리)씨, 조기현(20, 옥천읍 문정리)씨, 정윤영(20, 옥천읍 가화리)씨 등 3명의 수상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_편집자주앳된 얼굴 위 밝게 피어나는 미소들이 매력적
“차 한 잔 드세요.” 죽향초 학부모회 김승애(49, 동이면 석탄리) 회장이 보온병과 찻잔들을 꺼내곤, 차 한 잔을 건넸다. 추운 아침 바람에 얼었던 몸들이 사르르 녹았다. 따스함, 향긋함, 차분함 차에는 그런 것들이 녹아 있었다. 머지않아 기자는 생각했다. 겨울철 보온병에 담긴 차 같은 사람을 만났노라고.대전에서 태어나 초등학생 시절 옥천으로 이사온 그는 현재 죽향초 학부모회 회장으로, 또 한 명의 봉사자로서 행복함을 전파하고 있다. 죽향초 학부모회 회장이 된 지는 1년.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학부모, 학생 등 교내 구성원들과 함께
옥천중 출신 최봉석(35, 대전 정림동)씨가 세계적인 보디빌더로 주목을 받고 있어 화제다. 최봉석 선수는 지난 11월17일 도쿄 시부야에서 펼쳐진 2019 IFBB프로리그 재팬 프로남자 피지크 부문에서 체급 1위를 차지한 후 오버롤전에서 우승을 차지, 각 종목 1위만이 주어지는 올림피아 직행티켓을 따냈다. 이로써 최봉석 선수는 2020년 9월에 미국 라스베이가스에 펼쳐지는 보디빌딩 최고의 축제 2020 미스터 올림피아 피지크 부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프로카드는 우리나라에서 두명만 가지고 있는 카드로 보디빌더들에겐 '꿈의 카드'
안남 일이라면 어디에서라도 불쑥 나타나는, 한여농일이라면 열일 제치고 나서는 한여농의 뚝심, 한여농의 기둥인 배태숙(53, 안남면 청정리) 충북 우수여성농업인대상에서 충북농협지역본부장 표창을 받아 화제다. 지난 달 29일 오전11시 충북도 농업인회관 3층 농우관에서 열린 ‘충청북도 우수여성농업인 대상 시상식’에서 옥천에서는 유일하게 배태숙 농민이 충북농협지역본부장 표창(상금 20만원)을, 농업기술센터 친환경농축산과 이현청 농정지원팀장이 감사패(상품권 10만원)를 받았다. 전주가 고향인 배태숙 농민은 26살에 유조봉 농민(현 안남의용
유년시절 형님들과 뛰어놀던 고향마을은 그대로지만 우리 형제들의 인생은 너무나 달랐다. 모두 전쟁이 낳은 아픔이었다. 전쟁으로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생이별의 아픔을 겪었다. 이제 형님들은 돌아가시고 나만 고향을 지키고 있다. 가까이 있는 대천리 고향마을을 편히 드나들기도 어려운 몸의 형편이다. 하지만 나 혼자만이라도 고향을 지킬 수 있어 먼저 가신 형님들께 마음의 빚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유년시절 형님들과 뛰어놀던 고향마을은 그대로지만 우리 형제들의 인생은 너무나 달랐다.■ 생이별한 형제들 옥천읍 대천리가 고향이다. 30살까
“내가 보는 것과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은 다르잖아. 사진 취향이 다 다른데 추천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에요.” 그는 옥천 풍경 추천 하나에도 조심스러웠다. “내 기준에서 좋은 것”이라며 끝내 추천지를 답하지 않았다. 대신 누가 좋다고 하는 포인트보다 자기만의 장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나인포토클럽(9PHOTO) 안치성(63,옥천읍 성암리) 회장은 인터뷰 내내 선을 그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명확히 구분하는 그의 모습에서 언뜻 다가서기 힘든 사람이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그의 취미활동
[기획-옥천 인물발굴 윤중호(10)] 스물여섯, 1980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의 시간. 윤중호 시인이 군대를 제대하고 안면도 한 재건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던 이 시기는 사실 윤중호 시인의 삶을 돌아보면서도 애써 무시하고 싶었던 때다. 한 사람 인생에서 6개월이라 치면 긴 시간도 아니고, 무엇보다 안면도에서 교사로 봉사했던 시기 잠깐 만났던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찾을 수 있다는 말일까, 싶었던 거다. 합리화하고 있을 때 '아니지, 역시 한 번 찾아봐야지' 생각이 들게 만든 시가 한 편 있다. "우리들의 꿈은 헛된 것이었을까?//세
봉사활동이 있는 곳마다 어디선가 ‘턱' 하니 나타나서 존재감을 보여줬던 옥천군 새마을회 강정옥 회장이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부상으로는 메달과 시계가 전달됐다. 27일 청주농업기술센터 청심관에서 열린 ‘2019 충북 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우리 고장은 강정옥 회장의 대통령 표창 수상에 이어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한종환(안내면 협의회장), 김청화(이원면 부녀회장), 이규억(직장협의회 회원)이 받았고, 새마을중앙회장 표창은 정용규(동이면 협의회장), 이선임(군서면 부녀회장)이 수상을, 도지사 표창은 조도순(동이면 회원), 도회장 표창
내 인생이 유행가 가사의 한 소절과 너무 닮았다.'산 너울에 두둥실 홀로 가는 저 구름아 너는 알리라. 내 마음을 부평초 같은 마음을.한 송이 구름 꽃을 피우기 위해 떠도는 유랑별처럼 내 마음 별과같이 저 하늘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나리.경기도 여주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나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일터를 옮기며 방랑의 세월도 보냈다. 옥천에 자리를 잡은 지 30년, 내 노년의 안식처 옥천에서 봉사를 낙으로 살고 있다. 일흔이 넘었어도 아직 마음은 청춘이다. ■ 열네 살, 서울 유학길에 오르다 아버지는 골수염으로 고생하느라 농사일도
[편집자주]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필수조건, 현장실습 120시간. 누군가에게는 큰 걸림돌일 수도, 적당히 넘어가며 때우는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옥천닷컴에서는 그 시간을 ‘인생에 큰 축복이고 행복이었다’고 회상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바로 부활원에서 120시간의 실습을 마친 이선규씨, 조용순씨, 안상숙씨, 홍유진씨, 박승옥씨, 오선옥씨입니다. 행복했던 추억, 변화하는 이야기들을 함께 곱씹다가 말고 “우리 무슨 간증 하는 것 같애” 하며 웃습니다. “근데 그만큼 좋았잖아?” “맞아, 맞아.”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