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고 쏟아진 빗방울이 마침내 그쳤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날은 유난히 파란 하늘에 청명한 날씨를 띄웠다. 농작업 계획은 날씨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마련. 모처럼 햇볕이 내리쬐는 날을 맞아 묘목을 심는 사람들은 미뤄둔 야외 일을 할 생각에 마음이 분주하다. 1년 농사의 절반이 지나간 7월, 장맛비가 그친 틈을 타 중간 점검에 나선다. 억센 비를 적신 나무들이 무탈하게 성장했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현장에 나가 살피는 시기였다.농원이 줄지어 있는 옥천묘목공원을 지나 윤정리에 있는 시골농장 한 곳이 시선을 끈다. 차
우리고장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두 명이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현장에서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장을 받았다.국민건강보험공단 옥천지사(지사장 공표식)는 지난 5일 오전 10시 옥천지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 장기요양기관 우수종사자 간담회’에서 가온통합재가복지센터(센터장 배영림) 곽순희 요양보호사, 하나재가복지센터(센터장 김회천) 이호영 요양보호사를 우수종사자로 선정했다.공단은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곽순희 요양보호사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표창, 이호영 요양보호사에게 대전세종충청지역본부장 표창을 수여했다. 또한, 장기요양기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 했던가. 옛 선인들의 가르침을 화선지에 옮겨 담았다. 붓을 잡고 써 내려가는 한 획 한 획에 온 마음과 정성을 다했다. 마음이 손과 붓을 타고 종이 위에 전해지도록 스스로를 갈고닦았다. 붓글씨에는 서예 하는 사람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서예는 마음이다.붓이 지나간 자리에 먹이 한지에 서서히 스며들듯 자연의 신비로움,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도리를 차츰 알아간다. 서예는 남겨지는 글이다. 붓을 쥐었을 때 배움과 다짐의 흔적 또한 남는다. 훗날 어렵고 힘든 시기가 찾아올지라도 서예를 하며 간직한 순수
옛날에 그런 말이 있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서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부모가 주는 사랑과 더불어 마을 주민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지혜가 담긴 말이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생각보다 많은 어른이 한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본다. 부모님이 집을 비운 날 옆집 아주머니가 준 간식, 넘어져서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일으켜 준 초등학교 방과 후 선생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가르쳐 준 멘토가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다. 마을에서 자란 청소년은 마을 어른을 만나면서 다양한 직업을 마주하고 관찰한
취미가 직업이 될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할 만한 주제다. 새삼 묻는다. 취미와 직업은 달라야 할까. 취미는 내가 잘하든 못하든 괜찮다.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인 활동이어도 상관없다.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면 취미가 된다.그렇다면 직업은 무엇일까. 내가 가진 재능과 능력으로 사회적으로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결과물을 제공해 밥벌이하는 하나의 방편이 아닐까 싶다. 사전적 의미로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는 말이 더 와닿을지 모른다.그런 걱정은 있다. 취미가 직업이 되고 일이 되면 취미로 접할 때 느꼈던 즐거움은 줄지 않을까
옥천 문화예술인들이 모인 자리였다. 문인화, 서양화, 압화, 서예 등 각 분야에 잔뼈가 굵은 지역 미술인 5인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전시에 마음을 모았다. 현실이 고단하고 힘들수록 우리 삶을 보듬어 주는 예술의 역할이 커지기 마련이다. 빗속을 뚫고 달려온 지역 예술인들과 관람객들은 예술이 가진 삶의 성찰, 즐거움, 치유의 힘을 간절히 바랐는지 모른다. 지역과 사람, 예술이 만나는 자리에 삶의 고단함을 이겨낼 희망의 새싹이 솟아나고 있었다.지난 7월15일 오후 5시 청성면 합금리에 있는 정인아트갤러리(대표 정 인)가 개관 1주
글맛이 살아있다. 시, 소설, 평론 등 분야를 막론하고 ‘쓴다’는 행위를 즐긴 천상 글쟁이다. 붓글씨를 단련한 지 30여년. 동이중학교 교사 시절, 평거(平居) 김선기 선생에게 서예를 배웠다. 낮에 직장 다니고 저녁에 붓글씨를 배운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갓난아기를 들쳐 안고 학원에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붓글씨를 써 내려갔다. 이후 고(故) 신영복 선생의 서체와 사상을 이어받아 새로운 길을 찾았다.삐뚜루빠뚜루. 1997년 당시 옥천상고(현 충북산과고) 교사 동료는 오늘날 시인이자 서예가인 김성장(65) 서체를 보고 이렇게
환경을 살리고 지구를 지키자는 마음이 하나로 모였다. 전국에 있는 어린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개성 있는 그림을 자유롭게 그려나갔다. 알록달록한 색채와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보는 이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일주일에 한 번 고기 없는 식단을 실천하자는 그림도, 분리수거하고 자전거를 이용해 일상에서 환경 살리기를 하자는 그림도 보였다. 그림을 통해 보여준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은 환경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기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옥천향수시네마를 위탁 운영하는 작은영화관 주식회사(대표 정민화)가
시 한 편 소리 내어 읽어본다. 오늘은 전봉건 시인의 시 ‘뼈저린 꿈에서만’을 낭독하는 시간.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계속 읽다 보면 숨은 뜻이 드러난다. 이 시를 쓴 시인은 이런 감정이었구나, 그때 시대 상황은 이랬구나, 자연스레 알아간다. 나아가 여기, 지금을 살아내는 나를 마주한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 미래를 여는 끊임없는 대화. 시집에 갇혀 있던 시 한 편을 끄집어내 오늘날 세상을 반추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시처럼 다가온다.시인이 고뇌하며 썼을 시어 하나하나 정성 들여 발음한다. 연과 연, 행과 행,
무대와 관객이 하나 된 자리였다. 무대에 오른 예술인도, 행사를 보러 온 관객도 지역사람이라 그럴까. 내 이웃처럼, 내 친구처럼. 이질감이 느껴질 새 없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문화 예술을 즐기는 기쁨이 그만큼 배가 됐다. 안남에 숨겨진 문화예술인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다.지난 6월9일 오후 6시50분 안남면 연주리에 있는 예술공간안남(대표 진현철)에 다다르자 배바우장터에서부터 색소폰 연주 선율이 들려온다. 우리고장에서 색소폰 연주가로 활동하는 신중호 씨가 예술공간안남 야외에서 열띤 공연을 선보인 것.이날 7시부터는 윤성규(59, 안
우리고장 노인일자리 전담기관 옥천시니어클럽(관장 공경배)이 설립 1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개최한다.옥천시니어클럽은 지난 10년의 사업을 지역사회에 공유하고,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활성화에 기여한 이들에게 유공표창을 수여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행사를 기획했다.이번 기념식은 6월20일 오전 9시~11시 옥천문화원(구 관성회관)에서 개최된다. 이날 황규철 군수, 박한범 의장이 참석해 장기근속 참여자(2명), 우수 참여자(5명), 장기근속 종사자(1명), 우수 종사자(1명) 군수표창 및 특별상(최고령 참여자, 1명) 의장표창을 수
섣불리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온전히 그 대상을 시간을 두고 바라볼 뿐이다. 작고 하찮다고 여긴 소소한 것들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러자 새로운 의미가 달렸다. 어쩌면 이 아이들은 누군가의 충만한 해석을 기다렸는지 모른다.의식의 지향으로 바라보자 무의미한 존재는 곧 유의미한 존재가 되어 돌아왔다. 중요한 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언어가 아닌 과정에 있었다. 한 장의 사진을 본다는 것은 알아봄을 위한 바라봄의 시간이었다.집 텃밭에 있는 쪽파를 보고 사람 얼굴을 상상했다. 때론 발레리나가 춤추는 모습을 떠올렸다. 보랏빛 양배추는 사
내 마음속 시 한 구절을 음미한다. 소리 내어 시 한 편을 노래한다. 때론 기쁘게, 때론 슬프게, 가슴 절절하게 목소리로 전한다. 샘에 물이 고이듯 시가 쓰여질 그 순간만 기다렸을 시인의 마음에 가닿는다. 무언가를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고, 대화하고 싶었던 시인이 바라본 그곳에 또 하나의 세계가 창조되고 있었다. 시를 그저 읽는 게 다가 아니다. 시에 담긴 의미와 감동을 소리의 울림으로 전하는 예술, 그것이 시낭송이다.지난 4일 오후 2시 정지용문학관 앞 공원에서 옥천지용시낭송협회(회장 정규숙) 주관으로 ‘시낭송 버스킹(거리공연)
쉼 없이 달려왔다는 표현이 어울려 보였다. 그간 내디뎠던 발자취는 누군가에게 커다란 힘이 됐을지 모른다. 이들이 눈길을 준 곳은 특별하고 잘나고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옥천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옥천에서 만난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는 없음’을 되새기며 지금 이 순간의 옥천을 소중하게 기록했다. 월평균 서른다섯 명의 사람을 만나 숨어있는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독자들과 함께 나눴다.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을 마는 김밥집 사장님, 평소처럼 경로당 친구들과 수다를 나누는 어르신, 논밭에서 땀
오랜 시간을 두고 보면 보인다. 그림을 어떻게 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작가가 하는 말도 어쩌면 꾸며낸 이야기일지 모른다.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 그저 오랫동안 작품을 보고 느끼는 게 진짜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이해하고 공감대가 생긴다. 관람자 각자가 겪은 만큼 감상하는 폭이 조금 다를 뿐이다. 그림의 어원이 그리움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움이 그림이 되기도 하고, 그림이 그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지난 1일 오후 2시 청성면 합금리에 있는 정인아트갤러리(대표 정 인)에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해 서울
도시 사람은 농촌 글씨 못 쓴다. 농촌 사람은 도시 글 쓸 수 없다. 일반화할 수 없지만 살아보니 그렇다. 매일 매일 글을 쓴다. 새벽 2~3시에 일어난다. 네이버 밴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리움이었다. 여태 쓴 글들은 죄다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었다. 어느 애독자는 그간 쓴 여러 시를 출력해 두꺼운 책자로 만들어 유에스비(usb)와 함께 선물로 줬다. 그가 쓴 자작시 ‘인생’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인생은 / 하얀 종이에 / 점을 하나 / 찍는 것이며 // 고요한 / 강물 위에 / 조약돌을 / 던지는 거다’짧
꽃잎이 춤추는 계절, 봄바람이 스쳐 가는 이곳에 아름다운 여인들이 모였다.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은 잠시 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로 작정했다. 사랑스러운 연두색 전원 풍경을 마주하니 옥천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홍색 앞치마를 맞춰 입은 일명 ‘아를르의 여인’들이 한껏 기분을 냈다.프랑스 자수, 도자기, 린넨옷, 은공예, 나무도마, 수제 인형, 수제 빵. 여성들이 관심 가질 물건들이 야외 정원에 놓여 있으니 눈이 호강한다. 지인들과 맑은 하늘 아래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못 다한 수다를 떨고 새참도 먹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고
어떻게 해야 공설시장에 사람들이 더 찾아올까. 이 고민에서 시작했다. 상인 29명이 장사를 하며 생계를 영위하는 옥천공설시장. 어느 점포만 잘한다고 해서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진 않는다. 시장 활성화는 함께 노력하는 것. 근 1년간 시장 상인들에게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자고 제안을 드렸다. 뜻을 같이하겠다는 분들도 있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참여하지 못 하겠다는 분들도 있었다. 그만큼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었다.어떤 분들은 그랬다. 이미 실패의 경험이 있지 않냐고. 사회적협동조합 그런 거 옥천공설시장에서 두 번이나
꽃이 반갑게 인사하는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오늘은 플라워캐리어를 만드는 시간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원예 수업을 들으러 온 청소년들이 옹기종기 이원에 모였다.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몰입하는 모습. 꽃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난다.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록달록한 색감에 마음이 설렌다. 코끝에 스치는 꽃향기에 기쁨이 우러난다. 식물이라는 생명의 소중함을 자연스레 알아간다. 마음이 절로 움직인다. 다치지 않게 가시를 도구로 덜어내고, 가지를 알맞게 잘라 꽃을 하나하나 정성껏 꽂는다. 선생님이 알려준
예쁜 꽃을 그리려 했는데 내 삶을 그리고 있었다. 꽃은 자기 삶을 꿋꿋이 살아낸다. 내 삶의 해답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평범한 주부로 살다 보면 희생해야 할 게 많았다. 자식을 위해, 남편을 위해, 누군가를 위해.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는 시간이 길어졌다. 사는 게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꽃을 바라봤다.선물 받은 꽃 한 다발이 있었다. 그 예쁜 꽃을 화병에 꽂아 사진을 찍는데 마침 햇볕이 들어왔다. 햇볕이 비춘 꽃은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꽃에서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내면에 숨겨져 있던 열정이 올라왔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