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이었는데 개가 비를 맞으며 앞뒤로 낑낑대며 다녔다. 아니 저 녀석이 비는 오는데 왜 집엔 들어가지 않고 저러나 했다. 계속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많은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별 신경 안 쓰고 잤다. 새벽에 강아지 울음소리 같은 게 들리는 것 같았지만 그것도 별 신경을 안 썼다. 한데 개가 제 집엘 들어가지 않고 계속 주변을 맴돌아 이상한 생각이 들어 개집을 들여다 보다가 깜짝 놀랐다.웬 낯선 개가 들어 앉아 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이 금방 난 새끼가 여러 마리
〈옥.세.연〉은 옥천 세밀화 연구회의 줄임말로 옥천에서 세밀화를 연구하고 그리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2019년 박신영 선생님께 수채 세밀화를 처음 배웠고 2020년 세밀화 동아리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둠벙에서 모임을 합니다. 그림그리기를 즐기시는 분이면 누구나 환영합니다.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 . . . .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어릴 적 부르던 노래 가사 속 장미 내음이 5~6월 거리와 축제
“그랴 거기서 봐”어머니는 막걸리 친구들과 다음날 점심 약속을 하고 계셨다. 아직은 6학년인 새댁들과 읍내에서 셋이 만나 서로 돌아가면서 지갑을 열고 막걸리 한잔으로 심심함을 달래신다고 젊은 아낙들이 나를 끼워줘서 고맙다는 말도 빼놓지 않으셨다.이런 얘기 저런 얘기 쏙쏙 꺼내면서 집 얻으러 다니느라 오밤중에 산 넘고 물 건너 고생한 얘기를 들려주시면서 들숨과 날숨을 연거푸 쉬고 계셨다. 그런데 옛날이야기를 실타래처럼 풀었더니 지금까지 잘살아 온 것 같다고 웃음으로 화답을 해주신다.■ 발끝에 밟히던 시체들, 피란길의 충격 6 25때
▲ 가려서 사귀면 도움과 유익함이 있느니라. 가리지 않고 사귀면 도리어 해가 있느니라.
중복에서 처서를 전후한 요즘 자다가 비지나 가는 소리에 잠 깨는 일이 잦다.밤에 내리는 빗소리는 낮에 내리는 빗소리와 또 다르다. 잠결에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귀가 아니라 가슴으로 들린다. 비 줄기 하나하나가 무슨 사연을 지닌 채 소곤소곤 내 안으로 스며든다.밤을 스치고 지나가는 저 빗소리로 인해 숲을 조금씩 여위어가고 하늘은 구름 떨치고 하루하루 높아 간다.날이 밝게 개어야 창문을 정리할 터인데 마음이 조급해온다. 이 산사에서 세월이 이렇게 빠르게 가는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오십여 성상을 넘어서서 나도 세월에 실린 만큼 인생의 노년
▲ 먹을 가까이 하는 자는 검어지고 주사를 가까이하는 자는 붉어지니 살 때에는 반드시 이웃을 가리고 나아갈 때에는 반드시 덕있는 이에게 하라.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 징검다리를 건너려니 옛날 새댁 때 생각이 난다. 내가 결혼하던 해에 이곳에 고속도로가 생겼다. 결혼할 당시 고속도로 공사를 하면서 임시로 마련한 길을 따라 신랑이 택시를 타고 장가를 왔다. 구식결혼을 하고 하룻밤 자고 시집을 갈 때는 역시 십리나 되는 가릅제를 넘어 지탄 간이역에서 기차를 타고 갔다. 결혼 후에는 남편 직장을 따라 대천에서 살았다. 그때만 해도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라 대천에서 옥천은 먼 거리였다.둘째 아이를 낳은 지 한 달 뒤인 음력 정월 초이틀, 아침 일찍 대천에서 기차를 타고 천안까
단박에 알아보았다. 어머니 댁을 찾고 있던 내 눈에 미소가 고운 어머니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명순 회장님이셨다. 처음 뵈었지만 나긋나긋한 말씨처럼 눈웃음도 미소도 어여쁜 어머니. 봉사단체에서 고추 따는 데 손을 보태고 오셨다면서 겨우 한숨 돌리고 교자상에 먹거리를 수북이 올려오셨다. 이야기도 풍성할 것을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앨범을 펼치자마자 영화배우 같은 두 아가씨의 흑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와 여동생분이셨다.“나는 내 동생 반도 못 따라가 우리 동생은 영화배우처럼 예뻤어”라고 동생을 치켜세우셨지만 여든이 넘어도
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기형도 중 일부기형도 은 죽음에 대한 욕망, 타나토스를 다룬 시다. 프랑스와즈 사강의 제목을 그대로 인용한
▲ 쑥이 삼 가운데서 자라면 붙들어주지 않아도 저절로 곧아지고 흰 모래가 진흙에 있으면 물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더러워지느니라.
1969년대만 해도 한 마을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이 한 두사람에 불과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아니고는 자전거 소유자가 거의 없었다. 직장이라고 해 보았자 면사무소, 지서, 학교, 우체국이 고작이었다. 우체국 집배원도 가까운 거리는 도보로 배달을 했다.자전거 하나 사서 타고 다녀도 되련만 선 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선배 교사 두 명이 자전거로 출근하며 자랑을 해도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 하고는 인연이 없는 일이라 여겨 열심히 걸어서 출퇴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태구 아저씨를 만났다. 태구 아저씨는 아버지 친
‘집간장’ 어머니는 얇은 매직펜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쓰고 계셨다. 빈 콜라병에 어머니가 담근 간장을 붓고 집간장 글씨를 써서 투명 테이프로 붙이고 계셨다. 어느새 간장액이 묻었나 ‘집’ 자가 희끄무리하게 번졌다. 자녀분들이 오기 전에 챙겨줄 것들을 미리 준비해두고 계셨다. “애미가 줄 선물은 건강한 나, 그리고 정성스레 담근 된장, 고추장, 간장이여”60년 넘게 담갔으니 어머니도 셰프님이다. 소고기 미역국에 한 숟가락 주르룩 따라 넣으면 그 맛이 또 별미다. 뭐 특별한 재주는 필요 없다. 그저 60년 넘게 담갔더니 진한 맛이 우러
▲ 그 바른 사람을 벗하면 나 또한 저절로 바르게 되느니라. 간사한 사람을 따라서 놀면 나 또한 저절로 간사해지느니라.
분주한 아침이다. 차량으로 유치원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탄 손녀가 뒤 따라 들어가는 할미에게 “할머니, 엄마 냄새가 나~~.” 한다. 안에 들어가니 머리 감고 채 마르기도 전에 급히 나간 여인의 샴푸향이 엘리베이터 안을 상긋하게 했다.엘리베이터는 냄새를 잘 흡수하나 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 배달이었으면 피자 냄새, 자장면 배달이 왔으면 자장면 냄새. 쓰레기 냄새, 담배를 피우고 갔으면 담배 냄새가 지나간 사람마다 난다.엘리베이터 안의 냄새를 맡으며, 내가 살아온 것을 생각해본다. 빛의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순간 내 살아온 나
〈옥.세.연〉은 옥천 세밀화 연구회의 줄임말로 옥천에서 세밀화를 연구하고 그리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2019년 박신영 선생님께 수채 세밀화를 처음 배웠고 2020년 세밀화 동아리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둠벙에서 모임을 합니다. 그림그리기를 즐기시는 분이면 누구나 환영합니다.꽃은 매화라고 부르는데, 난초(蘭), 국화(菊), 대나무(竹)와 함께 사군자라고 하여 선비의 절개를 상징한다.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점 때문이다. 특히 한겨울에 피는 매화는 설중매라고 따로 부르기도 한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자주 고름 입에 물고 눈물 젖어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 잊을 사람아 백난아님의 ‘찔레꽃’이다. 어르신이 즐겨 부르시는 노래, 어르신은 가수 지망생이셨다.어린 시절 동네 가수로 소문날 만큼 흥이 많으셨다고 하시며 찔레꽃을 백난아님 보다 더 간드러지게 불러주셨다. 이원면 1949년 이영숙 ■ 이제 추억이 된 아버지의 포마드 냄새1949년 6남1녀 중 넷째 딸이자 고명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가수였다. 김정구, 현인 선생님처럼 일제강점기 때 유랑극단에서 활동하셨다. 우리 집에는
사람이 세상에 있으매 친구가 없을 수 없느니라. 글로써 벗을 모으고 벗으로서 인의 행실을 도와라
사목재 고개 위 하늘이 참 맑다. 며칠간 미세먼지로 흐렸던 뒤라 그런지 더욱 청명해졌다. 황사도 주춤해서 모처럼 따듯한 봄날이다. 운동을 하러 체육공원에 올랐다. 겨울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을 보며 꽃망울이 금방 터질 것만 같은 개나리와 벚나무 순이 반겨주었다. 서울 삶을 정리하고 고향 옥천으로 이사 온 지가 십 개월이 되었다. 오래전부터 나중에 육십이 넘으면 시골가서 흙장난을 하고 산다고 늘 노래했다. 그런데 고향에 온지 십개월 동안 숨 가쁘게 살았다. 오늘은 한가한 마음으로 먼 산을 돌아본다. 저곳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중학교
35회 지용제가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됐다. (사)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도 23일부터 25일까지 3일 간 라온커피동아리, 사회적협동조합꿈꾸는배낭, 옥천기록공동체,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와 함께 5가지 테마의 부스를 운영했다. 각각 핸드드립 커피 판매, 음료 판매 및 미션퀴즈, 릴레이 소설쓰기, 청소년·교육 정책 제안, 그리고 지용제 특집방송으로 꾸려진 고향방송국 운영이 주된 테마다.주민 참여형 축제를 표방하는 지용제에는 그간 아쉬운 점이 있었다. 청소년 및 청년 참여 부족이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행사 참여 외에 운영 주체로 결합
▲ 손님이 찾아오거든 접대하기를 반드시 정성스럽게 하라. 손님이 오지 않으면 문호가 적막해지느니라.